몽골 - 초원의 신화, 영원한 푸른 하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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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 초원의 신화, 영원한 푸른 하늘 아래

몽골 신화 깊이 읽기와 부리야트·우데게·한국 신화의 닮은꼴

Oct 17, 2026 · @Geo Kim

들어가며: 타이가에서 바이칼을 지나 스텝으로

몽골 신화는 북방 유라시아 신화권의 '완성형'이다. 연해주 침엽수림의 우데게족이 호랑이와 곰, 숲의 정령을 이야기하고, 바이칼 호수의 부리야트족이 백조 시조와 99 텡그리를 노래했다면, 몽골 본류(할하·내몽골·오이라트)는 그 모든 요소를 '영원한 푸른 하늘'과 '초원의 제국' 아래 하나의 체계로 묶어냈다.

이 글은 앞서 정리한 몽골 신화의 여섯 축 — 우주관, 창세, 태양 사격, 시조·건국, 가정의 정령, 영웅 서사시 — 를 하나씩 원전과 연구를 참조해 보강한다. 그리고 각 항목마다 우데게·부리야트 신화와의 연결선을 긋고, 마지막으로 단군·주몽·혁거세, 천지왕본풀이, 조왕신과 서낭당 같은 한국 신화와 닿는 지점을 짚는다.

먼저 결론을 말하면 이렇다. 몽골·부리야트·우데게·한국 신화는 '하늘 아버지와 땅 어머니', '물새가 건져 올린 흙', '여분의 해를 쏘아 떨어뜨린 명궁', '빛으로 잉태된 시조', '화덕의 불과 산의 주인'이라는 같은 문법을 쓴다. 다른 것은 어휘(동물·지명·신 이름)이지 문장 구조가 아니다.

1. 우주관과 신들의 체계: 텡그리와 에투겐

몽골 신화의 우주는 '하늘 아버지(Tenger etseg)'와 '땅 어머니(Etügen ekh)'가 만나 낳은 삼층 구조다. 위에는 신들의 하늘, 가운데는 사람과 가축의 초원, 아래에는 죽은 자의 나라가 있다. 이 구조는 13세기 『몽골비사』에서 이미 확인되며, 그 뼈대는 오늘날 몽골 샤머니즘(보 무르걸)과 부리야트 신앙에 그대로 남아 있다.

후헤 문헤 텡그리(Khökh Mönkh Tenger, 영원한 푸른 하늘). 최고신이자 하늘 그 자체다. 몽골어 '텡게르(tenger)'는 지금도 '하늘'과 '날씨'를 동시에 뜻하며, 튀르크어 '텡그리', 야쿠트어 '탕가라', 볼가 타타르어 '탱게레'와 같은 뿌리를 가진다. 몽골 민속 신앙에서 칭기즈 칸은 텡그리의 현신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며, 『몽골비사』는 소가 울며 "하늘과 땅이 합의하여 테무진을 나라의 주인으로 삼기로 했다"고 외치는 환시를 전한다. 왕권의 정당성이 곧 하늘의 명(命)이라는 발상이다.

99 텡그리. 하늘에는 99명의 텡그리가 산다. 서쪽의 55명은 백색·선신으로 생명·가축·평화를 주관하고, 동쪽의 44명은 흑색·흉신으로 전쟁·질병·폭풍을 일으킨다. 서쪽 55신의 수장이 호르무스타 텡그리(Khormusta), 동쪽 44신의 수장이 부리야트 전승에서 '아타이 울란(Atai Ulaan)'으로 불리는 신이다. 두 수장은 형제다. 연구자들은 99 외에 북쪽의 3~4신이 더해져 102~103이 되기도 하고, 99 텡그리 아래에 77명의 '땅의 어머니(에투겐)'가 있다고 정리한다. 이 숫자 체계는 최고 샤먼과 지도자만이 특별한 날에 부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신격이다.

호르무스타라는 이름은 이란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오르마즈드)가 소그드 상인을 거쳐 초원에 들어온 것이다. 몽골 신화가 실크로드의 종교를 흡수해 재편한 흔적이다. 불을 가져다준 신, 혹은 부싯돌을 만든 신이라는 전승은 호르무스타를 '문화 영웅'으로 격상시킨 후대의 덧붙임이다.

에투겐 에헤(Etügen Ekhe, 땅 어머니). 이름은 고대 튀르크의 성산 '외튀켄(Ötüken)'에서 왔다. 부리야트는 땅을 '델헤이(delkhei, 넓은 것)' 또는 '울겐(Ülgen)'이라 부르며 어머니로, 하늘을 아버지로 존대한다. 말을 타기 전이나 술을 마시기 전 첫 잔(처음 짠 젖)을 땅과 하늘에 뿌리는 '차찰(tsatsal)' 의례는 이 두 부모에게 바치는 감사다. 몽골과 부리야트의 전통 장화 '구탈' 끝이 위로 들린 이유도 땅의 피부를 긁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설명된다.

에를리크 한(Erlik Khan, 지하의 왕). 튀르크·몽골·알타이 공통의 저승신이다. 이름은 고대 튀르크어 '예르(yer, 땅)'와 통하며, 8세기 오르혼 비문에 이미 등장한다. 알타이 전승에서는 창조신 울겐(또는 카이라 한)이 처음 만든 존재가 에를리크였으나, 그가 스스로 신이 되려 하자 지하 아홉 번째 층으로 추방되었다고 한다. 지하에서 그는 질병과 죽음, 악령을 내보내며, 죽은 자를 심판한다. 사람들은 병이 생기면 에를리크에게 가축을 바쳐 달랜다.

부리야트·우데게와의 비교

한국 신화와의 유사성

2. 창세 신화: 물새가 건져 올린 흙과 황금 거북

몽골에는 단일한 창세 신화가 없다. 샤머니즘 계통, 17세기 이후 티베트 불교가 덧씌운 계통, 그리고 두 계통이 섞인 민담이 공존한다. 그러나 어느 판본이든 세 가지 뼈대를 공유한다. 태초는 물과 어둠뿐이었고, 누군가 물속에서 흙을 건져 올렸으며, 그 흙이 거대한 동물의 등 위에서 자라 대지가 되었다.

샤머니즘 판본(지구 잠수 모티프). 태초에 끝없는 물만 있었다. 창조신이 물새(오리·아비새)에게 명해 바닥의 진흙을 부리에 물어 오게 했고, 그 흙을 물 위에 뿌리자 땅이 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를 '지구 잠수(Earth-diver)' 유형이라 부르며, 시베리아 전역과 북미 원주민에게까지 퍼진 가장 오래된 창세 모티프로 본다. 몽골 판본에서는 흙이 황금 거북(또는 황금 개구리)의 등 위에 놓이며, 거북이 몸을 뒤척이면 지진이 난다고 설명한다.

불교 판본(17세기 이후). 석가모니 부처가 바다 위에서 땅을 만들 재료를 찾다가 황금 개구리를 발견하고 화살을 쏘아 꿰뚫었다. 개구리의 몸에서 흙·물·불이 나오고 화살에서 나무와 쇠가 나와 다섯 원소가 되었으며, 그 위에 대지가 세워졌다. 라마 우단(Udan)이 하늘과 땅을 가르고 각각 아홉 층, 그리고 아홉 개의 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하늘과 땅 사이를 99개의 황금 기둥이 떠받친다는 이야기도 이 계통에서 나왔다. 첫 남녀는 진흙으로 빚어졌다.

라이벌 창조자와 '꽃 피우기 내기'. 몽골·부리야트·알타이에 널리 퍼진 또 하나의 축은 두 창조자의 경쟁이다. 알타이 판본에서는 울겐(Ülgen)과 에를리크가 함께 땅을 만든다. 울겐이 사람을 빚고 에를리크가 혼을 넣었으며, 울겐이 말·양·소를 만들자 에를리크는 낙타·곰·오소리·두더지를 만들었다. 누가 세상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두 창조자가 '누구의 그릇에 먼저 꽃이 피는가'를 겨루고, 진 쪽이 잠든 사이 꽃을 바꿔치기해 이긴다. 그래서 세상에 거짓과 병, 죽음이 들어왔다는 결말이다.

부리야트·우데게와의 비교

한국 신화와의 유사성

3. 일곱 개의 태양과 명궁 에르히 메르겐

에르히 메르겐 이야기는 몽골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자연 기원 신화다. '에르히(erkhii)'는 엄지손가락, '메르겐(mergen)'은 명궁·현자를 뜻하므로 이름 자체가 '엄지 명궁'이다. 이 하나의 이야기가 낮과 밤, 제비 꼬리, 타르바간(마멋)의 발가락, 뛰는쥐(저보아)의 짧은 앞다리, 사냥 금기까지 설명한다.

줄거리(완본). 태초에 하늘에 일곱 개의 해가 떠서 초원이 타고 강이 말랐다. 사람과 짐승이 '쏘는 것마다 맞히는' 명궁 에르히 메르겐에게 찾아와 해를 떨어뜨려 달라고 빌었다. 자신의 솜씨를 자부한 그는 맹세했다. "일곱 발로 일곱 해를 다 떨어뜨리지 못하면 엄지손가락을 자르고 사람이기를 그만두겠다. 물을 마시지 않고 마른 풀을 먹으며 어두운 땅굴에서 살겠다." 그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해를 차례로 쏘아 여섯 개를 떨어뜨렸다. 일곱 번째 화살을 놓는 순간 제비 한 마리가 가로질러 날았고, 화살은 제비 꼬리를 둘로 갈라놓았다. 마지막 해는 겁에 질려 서쪽 산 너머로 숨었다.

분노와 변신. 에르히 메르겐은 제비를 뒤쫓으려고 얼룩말에 올랐다. 말은 "해 질 녘까지 제비를 따라잡지 못하면 내 앞다리를 자르고 나를 길이 없는 곳에 버려라"고 맹세했다. 제비가 말의 머리 위를 어지럽게 날아 따라잡지 못하자, 그는 말의 앞다리를 잘라 들판에 버렸다. 그 말이 앞다리가 짧은 뛰는쥐(알락다가)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맹세대로 두 엄지를 잘라 땅굴로 들어가 타르바간이 되었다. 그래서 타르바간은 앞발가락이 네 개뿐이고, 지금도 아침마다 굴에서 나와 마지막 해를 쏘려고 동쪽을 바라본다. 제비는 지금도 말 탄 사람 주위를 맴돌며 "잡아 봐라" 놀린다.

금기와 생태. 타르바간의 겨드랑이 안쪽에는 '사람의 고기(hünii makh)'라 불리는 부위가 있다. 몽골인들은 이것이 에르히 메르겐의 살이라 믿어 사냥 뒤 반드시 도려내 버린다. 케임브리지의 핀(Fijn)과 테르비시(Terbish)는 이 금기가 페스트(타르바간이 보균 숙주)에 대한 오랜 경험적 지식과 결합해, 타르바간을 과도하게 사냥한 가족이 역병으로 벌을 받는다는 믿음으로 이어졌음을 밝혔다. 신화가 공중보건 규범으로 작동한 사례다.

모티프 분류. 민속학에서는 이 이야기를 톰슨 모티프 A720.1(옛날에는 여러 개의 해가 있었다)과 A734(해가 숨음·낮과 밤의 기원)의 결합으로 분류한다. 리프틴(B. Riftin)의 비교 연구에 따르면 '여분의 해를 쏘는 명궁' 신화는 중국 본토의 예(羿)·대만 원주민·필리핀·인도네시아·아무르 유역에 집중되어 있고, 몽골은 그 북서쪽 끝자락에 해당한다. 몽골 판본의 독창성은 실패한 영웅이 짐승으로 변해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결말이다.

부리야트·우데게와의 비교

한국 신화와의 유사성

4. 시조·건국 신화: 푸른 늑대, 흰 암사슴, 그리고 빛의 임신

몽골 본류의 시조 신화는 1240년 무렵 완성된 『몽골비사(Mongγol-un niγuča tobčiyan)』 첫머리에 체계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몽골어로 쓰인 가장 오래된 문헌이며, 칭기즈 칸 사후 몽골 왕실을 위해 익명의 저자가 썼다. 원본은 사라지고 14세기 말 명나라가 한자로 음역한 『원조비사』로 전한다.

푸른 늑대 보르테 치노와 흰 암사슴 고아 마랄. 『몽골비사』 1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의 명으로 태어난 푸른 늑대(Börte Chino)와 그의 아내 흰(또는 담갈색) 암사슴(Gua Maral)이 '텡기스(바다, 바이칼 호수로 추정)'를 건너 오논강의 발원지 부르칸 칼둔 산에 자리 잡고 바타치칸을 낳았다. 늑대는 전사·수렵의 기질, 사슴은 초원의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며, 둘의 결합은 수렵민과 유목민의 통합을 뜻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튀르크의 아시나(Ashina) 씨족이 암늑대를 어머니로 삼는 것과 짝을 이루되, 몽골은 늑대를 '아버지' 쪽에 둔다.

알란 고아와 빛의 임신. 바타치칸으로부터 11대 뒤, 호리 투메드 출신의 알란 고아(Alan Gua, '알란 미인')가 도분 메르겐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남편이 죽은 뒤 그녀는 세 아들을 더 낳았고, 손위 형제들은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 바야드족 하인을 의심했다. 어느 봄날 알란 고아는 말린 양고기 국을 끓이며 다섯 아들을 한 줄로 앉히고 화살 하나씩을 주어 꺾게 했다. 쉽게 꺾였다. 다시 다섯 개를 묶어 차례로 주니 아무도 꺾지 못했다. 그녀는 말했다. "매일 밤 노랗게 빛나는 사람이 게르의 천창(투노)과 문 위 틈으로 들어와 내 배를 어루만지니 그 빛이 내 배에 스며들었다. 나갈 때는 해와 달의 빛을 타고 노란 개처럼 기어 나갔다. 그러니 이 아이들은 하늘의 아들이다. 너희 다섯이 하나로 묶이면 아무도 너희를 쉽게 이기지 못한다."

빛으로 태어난 막내 보돈차르 뭉하그(Bodonchar Munkhag, '어리석은 보돈차르')가 보르지긴 씨족의 시조이며, 그로부터 10대 뒤가 테무진이다. 『몽골비사』 자체는 신과 종교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 세속적 연대기이지만, 왕통의 출발점에는 반드시 '하늘의 빛'을 둔다. 세속 권력이 천명에서 나온다는 선언이다. 이 '다섯 화살'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몽골에서 단결의 상징으로 교과서에 실린다.

부리야트·우데게와의 비교

한국 신화와의 유사성

5. 공간과 가정의 수호 정령: 불, 산과 물, 군기, 돌무더기

초원의 유목민에게 신은 하늘에만 있지 않다. 게르 한가운데 화덕, 고갯마루의 돌무더기, 강과 산, 그리고 전쟁터의 깃발까지 모두 정령이 깃든 자리다. 이 정령들은 99 텡그리보다 훨씬 일상적이며, 금기와 의례로 생활을 규율한다.

불의 어머니 갈린 에헤(Galyn Ekh) / 오트 한(Od Khan). 몽골 민속에서 불의 신은 여성형 '갈린 에헤(불의 어머니)' 또는 '오드 갈라한 에헤'로 불리고, 남성형으로는 '오드 한(불의 왕)'이다. 게르의 화덕은 집의 중심이자 가문의 생명줄이다. 불에 물·쓰레기·날카로운 것을 던지거나 칼끝을 불에 대는 것, 화덕을 발로 넘는 것은 큰 죄로 여긴다. 음력 섣달 그믐 무렵 양의 가슴뼈와 기름, 버터를 바치는 '갈 타힐가(불 제사)'를 지내며, 새해 첫날 아침에는 새 불을 지핀다. 신부가 시집오면 시댁 화덕에 기름을 던지는 것으로 새 가문의 불에 입적한다.

산과 물의 주인 루스 사브다그(Lus Savdag). 사브다그(savdag)는 산·대지의 주인 정령, 루스(lus)는 강·호수·샘의 주인 정령이다. 둘을 합쳐 '루스 사브다그'라 부르며, 땅을 함부로 파거나 물에 피·우유·오물을 흘리면 분노해 가축에 전염병을 내리고 가뭄을 일으킨다. 오늘날 몽골에서 광산 개발과 벌목이 '주드(겨울 재해)'를 부른다는 민간의 설명은 이 정령관의 연장이다. 전통 장화 '구탈'의 들린 코끝은 땅을 긁어 사브다그를 깨우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설명된다.

오보(Ovoo). 고갯마루와 산정, 샘 곁에 돌을 쌓아 만든 제단이다. 각 오보는 특정 신격(텡그리, 산신, 조상령, 마을신)을 상징하며, 지나는 사람은 시계 방향으로 세 바퀴 돌고 돌 하나를 보태며 여행의 안전을 빈다. 여름 끝 무렵에는 오보에서 하늘에 바치는 제사(타힐가)를 지낸다. 씨족 오보와 공공 오보가 구분되고, 하닥(푸른 비단 천), 우유, 술, 말총 등을 바친다.

술데(Sülde)와 툭(Tug). 술데는 사람마다 지닌 수호령이며, 위대한 지도자의 술데는 사후 신격화되어 '술데 텡그리'가 된다. 술데는 말총 깃발 '툭'에 깃든다. 『몽골비사』 202절은 칭기즈 칸이 1206년 즉위할 때 '아홉 갈래 흰 깃발(yesün költü čaqa'an tuq)'을 세웠다고 기록한다. 흰 말총의 아홉 깃발은 평화·국가의 상징으로 칸의 게르 앞에 세웠고, 검은 말총의 네 깃발은 전쟁의 상징으로 군대 앞에 세웠다. 원래의 흰 깃발은 일찍 사라졌으나 검은 깃발은 칭기즈 칸의 혼이 깃든 그릇으로 살아남았다고 전하며, 오늘날 몽골 정부청사에는 아홉 흰 깃발이, 국방부에는 검은 깃발이 보관되어 있다. 술데 텡그리는 백마를 타고 창을 든 기마 전신(戰神)으로 그려지며, 칭기즈 칸의 전사적 측면만을 신격화한 존재다.

부리야트·우데게와의 비교

한국 신화와의 유사성

6. 영웅 서사시 『게세르』와 『장가르』

몽골 세계에는 두 개의 거대한 서사시 전통이 있다. 동쪽(할하·부리야트·내몽골)의 『게세르』와 서쪽(오이라트·칼미크·신장)의 『장가르』다. 둘 다 '망구스(mangus)'라 불리는 다두(多頭) 식인 괴물과 싸우는 영웅을 노래하며, 이야기꾼(게세르치·장가르치)이 마두금 반주에 맞춰 밤새 구연한다.

『게세르』. 원형은 티베트의 『링 게사르 왕 이야기』이지만, 몽골에 들어오면서 샤머니즘 세계관으로 재편되었다. 1716년 베이징에서 강희제의 명으로 목판 인쇄된 몽골어 『게세르』는 몽골 문학 최초의 인쇄본 서사시다. 부리야트 판본 『아바이 게세르』는 서두 '하늘의 프롤로그'에서 몽골 신화의 우주를 가장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서쪽 55 텡그리의 수장 한 호르무스타와 동쪽 44 텡그리의 수장 아타이 울란이 겨울의 신 세겐 세브데그를 두고 다투다 전쟁이 벌어진다. 호르무스타의 둘째 아들 부헤 벨리그테가 검은 창을 던져 아타이 울란의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부수고 시체를 땅에 던지자, 그 조각에서 질병의 악령과 망가드하이(망구스)들이 쏟아져 나와 인간을 괴롭힌다. 부헤 벨리그테는 인간을 구하러 지상에 내려와 게세르로 태어나고, 33명의 용사(바토르)와 함께 괴물들을 퇴치한 끝에 아타이 울란의 딸 가구라이 노곤을 아내로 맞는다. 부리야트인들은 "샤먼의 신화를 알려면 하늘의 아들 게세르 칸의 서사시가 최고의 안내서"라고 말한다.

『장가르』. 오이라트 연합이 형성된 15~17세기에 성숙한 서사시 모음(epic cycle)이다. 칼미크 판본은 25~26개 장(canto), 4만 행이 넘으며, 서몽골 판본과 신장 오이라트 판본이 따로 전한다. 1804년 독일인 벤야민 베르크만이 볼가강 하류 칼미크인 사이에서 처음 외부 세계에 알렸고, 1910년 칼미크 장가르치 엘얀 오블라의 10장 구연본이 출판되었다. 신장에서는 '장가르 사무실'을 두어 전역의 구연을 채록해 12권짜리 『장가르 자료집』(1985~96)을 펴냈다.

줄거리는 이렇다. 고아 장가르는 어려서 부모와 나라를 잃었으나, 신마 아란잘 제르드를 타고 용사들을 모아 '붐바(Bumba)'를 세운다. 붐바는 죽음도 늙음도 없고, 겨울이 없으며, 사람들이 영원히 스물다섯 살인 유목민의 이상향이다. 장가르의 열두 용사는 각자 극한의 미덕을 체현한다. 홍고르는 용맹과 속력('사자'라 불림), 사날은 예언, 밍기얀은 우주 제일의 미모, 사바르는 초인적 힘, 알탄 체지는 지혜('열둘째 용사'라는 별칭)를 맡는다. 매 장은 망구스 군단이나 적국 칸이 붐바를 침범하면 용사 한 명이 나서 결투·추격·계략 끝에 승리하는 구조로, 장가르 자신은 전투보다 질서와 잔치의 중심이다. 칼미크에서는 『장가르』를 설화가 아니라 신성한 역사 기록으로 여기며, 구연이 날씨와 야수, 악령을 다스리는 주력을 지닌다고 믿었다.

망구스. 머리가 15개, 25개, 95개인 식인 괴물로, 혼을 몸 밖(상자 속 새, 호수 밑 알 등)에 숨겨 둔다. 영웅은 괴물의 혼이 숨겨진 곳을 알아내야 비로소 이길 수 있다. 몽골 학계는 망구스를 자연재해·질병·적대 부족이 인격화된 존재로 본다.

부리야트·우데게와의 비교

한국 신화와의 유사성

7. 한눈에 보는 비교: 우데게 · 부리야트 · 몽골 · 한국

네 신화권은 같은 문법 위에서 생태에 따라 어휘를 바꾼다. 한국 신화는 몽골·부리야트의 '하늘 아버지' 체계와 우데게의 '곰·호랑이' 토템을 동시에 간직한 접점에 서 있다.

비교 항목

우데게 (연해주 타이가)

부리야트 (바이칼)

몽골 본류 (초원 스텝)

한국

생태·생업

침엽수림 수렵·어로

호수·삼림·초원 반유목

스텝 유목·기마

농경 + 북방 수렵·기마 전통

우주관·최고신

부아(우주) 삼계, 하늘 주인 엔두리

에세게 말란, 99 텡그리(55 서/44 동)

영원한 푸른 하늘 텡그리, 99 텡그리, 에투겐

환인(제석)·천지왕, 이승·저승·천상 삼계

창세 방식

돌이 물렀던 시절, 해가 줄어듦

에헤 부르한의 오리가 흙을 건져 올림

물새·황금 거북, 부처와 황금 개구리, 99 황금 기둥

미륵이 하늘·땅 분리, 구리 기둥, 꽃 피우기 내기

시조·토템 동물

호랑이(암바)·곰과 고아 남매

백조 처녀와 사냥꾼, 회색 황소

푸른 늑대·흰 암사슴, 알란 고아의 빛

곰(웅녀)·햇빛(유화)·알(혁거세·수로)

태양 사격

해 셋 중 둘을 쏨, 영웅 성공

메르겐이 여분의 해를 쏨

해 일곱 중 여섯, 실패 후 타르바간으로 변신

해 둘·달 둘 중 하나씩 쏨, 쏜 자가 통치자

가정·공간 정령

숲의 주인 온쿠, 바다 가니히, 지하 하르기

에진(주인), 세르게, 불의 금기

갈린 에헤(불), 루스 사브다그, 오보, 술데·툭

조왕·성주·터주, 산신, 서낭당, 용왕, 둑제

영웅 서사

닝만쿠, 용사 예그디가

『아바이 게세르』 vs 망가드하이

『게세르』·『장가르』 vs 망구스

「지하국대적퇴치」, 「바리데기」, 본풀이

저승·심판

하르기

에를리크(이를리크 노몬 한)

에를리크 한

염라대왕, 저승차사, 대별왕

맺으며: 북방 신화권의 공통 문법과 한국 신화의 자리

몽골 신화를 우데게·부리야트와 나란히 놓고 읽으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이 세 민족은 서로 다른 생태에서 살았지만 같은 문장을 다른 단어로 말했다. 하늘 아버지와 땅 어머니, 물에서 건져 올린 흙, 여분의 해를 쏘는 명궁, 빛이나 짐승에서 태어난 시조, 화덕의 불과 산의 주인, 머리 여럿 달린 괴물을 베는 하늘의 아들. 타이가에서는 호랑이와 곰이, 바이칼에서는 백조와 황소가, 스텝에서는 늑대와 사슴과 말이 그 자리를 채웠을 뿐이다.

한국 신화는 이 문법을 두 방향에서 물려받았다. 단군·주몽·혁거세의 건국 신화는 몽골·부리야트의 '하늘의 빛이 땅에 내려와 왕통을 연다'는 텡그리 신화와 같은 틀 위에 서 있고, 웅녀의 곰과 산신각의 호랑이는 우데게의 토템 세계와 맞닿아 있다. 함경도 「창세가」와 제주 「천지왕본풀이」의 꽃 피우기 내기, 해와 달 쏘기는 몽골·알타이 창세신화의 핵심 화소를 거의 그대로 보존한다. 조왕·서낭당·둑제 같은 생활 신앙은 갈린 에헤·오보·술데와 형태까지 같다.

다른 점도 분명하다. 몽골은 이 모든 요소를 99 텡그리와 『몽골비사』, 『게세르』·『장가르』라는 거대한 체계로 조직했다. 초원 제국의 경험이 신화를 국가의 서사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같은 요소를 건국 신화(문헌)와 무속 본풀이(구전)로 나누어 간직했고, 체계화보다 지역 변이가 풍부하다. 그래서 몽골 신화를 읽는 일은 곧 한국 신화의 흩어진 조각이 원래 어떤 그림의 일부였는지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 비교를 만주족·에벤키 신화로 넓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선녀와 나무꾼」이 어디까지 북방으로 거슬러 올라가는지 추적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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